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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라는 개 외 1편/ 배세복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5/10 [10:15] | 조회수 : 110

 

 

 

는개라는 개 

 

 

사내가 창밖을 내다보니

개 한 마리 벤치에 엎드려 있었다

젖은 몸이 어딜 쏘다니다 돌아왔는지

가로등 불빛에 쉽게 들통났다

서서히 고개 돌려보니

곳곳에 개들이 눈에 띄었다

야외 체력단련기구 위에도

지친 여러 마리의 개들

차가운 철제 의자에 젖어 있었다

 

당신이 떠난 후로 습관처럼

밤은 또 개를 낳았다

그것들은 흐리고 가는 울음이다가

가끔은 말도 안 되게 짖기도 한다

어떤 밤은 안개라는 이름으로 부옇게

또 다른 밤은 번개로 울부짖다가

이 밤은 그냥 조용한 는개 된다

너는 개다 너는개다 너 는개다

이 정도면 키울 수 있겠다 싶어

사내가 불을 끈다 천천히 이불 당긴다

 

 

 

점묘의 나날 

 

 

당신처럼 어눌한 화가는 처음이다

밑그림을 한 줄도 그리지 않았기에

채색이 시작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세상을 건너뛴 당신

구멍 난 캔버스가 보이지 않냐고

어찌 내 앞에서 무례하게 붓을 드냐며

수많은 밤 당신의 팔레트를 집어던졌다

펄펄 뛰던 밤들이 감히 지나가버리고

꿈마다 찾아가서 훌쩍거리면

벚나무에 물어보라 당신은 시치미 뗐다

지는 꽃잎은 꽃자루를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듯

봄밤은 제멋대로 벚꽃잎을 점점이 휘날리고

따지고 보면 절필을 강요한 건 나였다

누구보다 아둔한 캔버스였다

 

 

-시집 목화밭 목화밭(달아실, 2021)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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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복 시인

1973년 충남 홍성 출생.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시산맥 2019), 목화밭 목화밭(달아실 2021)

<문학동인 Volume>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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