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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믿으세요 외 1편/ 허정분

이경애 기자 | 입력 : 2021/05/11 [10:05] | 조회수 : 63

 

 

 

교회 믿으세요

 

 

농부 발걸음마다 쑥쑥 큰다는 밭작물들이

단비라도 내려야 환호하련만 뜨거운 볕

더 내리쬐기 전에 호미든 텃밭 곁에

꽃 같은 젊은 처자 두 명이 찾아와서

어느 종교를 믿느냐고 묻는다

나만 믿는다고 손사래 치는 내 눈앞에

o o o 교회 전단지를 내밀어

문맹이라 한글도 못 읽는다고 시치미 떼자

교회를 믿어야 죽어서 영혼이 천국에 간다고

하나님 믿기만 하면 농사일 안 하는

행복한 노후가 당장 올 것이라고

나불나불 달콤하게 설교하는 처자들에게

내 귀에 먹통인 그 좋은 말씀 그만두고

이 시간에 돈 벌지 그런 사이비 종교를 믿느냐고

되받아 몇 마디 했더니 죽어서 천국 가면

어머니아버지와 함께 산다며

먼 옛날 폐기한 효심까지 들먹이는데

나 어릴 적 허구한 날 밥 굶긴 병든 아버지

또 만나야 병원비 낼 돈 없으니

죽어서 또 만난다면 차라리 무간지옥이 낫겠다고 하자

아이고, 엄마 시원한 물이나 한잔 달라는

어여쁜 애송이 전도사 하나님 아멘!

 

 

 

오랑캐 꽃*

 

 

바람벽 묵은 거미줄에 걸린 햇살이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이다

 

마루 끝에 마른 낙엽 한 장 팔랑거리며

적막을 거느린 찢어진 문풍지 사이

성긴 기억의 신음을 끌고 나온 할매

굽은 등에서 미동도 없는 봄볕이

그림자놀이를 하는 집

 

죽은 할아비 십여 년 머슴 새경으로

장만한 산비탈 가파른 땅 바라보며

짓무른 눈매를 훔치는 삼월 삼짇날

 

감자밭 매던 호미 던지고

봄바람 따라간 과부 며느리

종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댓돌 아래 오랑캐꽃 몇 포기 자글자글

햇볕에 끓고 있는 외딴집

 

 

────────────────────

*제비꽃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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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분 시인

강원 홍천출생

시집 벌열미 사람들』 『우리 집 마당은 누가 주인일까』 『울음소리가 희망이다』 『아기별과 할미꽃』 『바람이 해독한 세상의 연대기

산문집 왜 불러

현재 네이버 창 https://m.blog.naver.com/bom-ran<정분 스토리텔링>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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