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에서 물들다 / 안진영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4/24 [12:22] | 조회수 : 240

 


두물머리에서 물들다

 

 

노을이 길다

몽양길을 돌아

족자섬이 내어다 보이는

그 너머에

울음이 드리웠다

저물고 잠기는 순간이

저리도 고운 울음이라니

돌아서지 못한 옷자락이 붉다

 

발원이 다른 저

남한강도

굽이치다가 말다가

서로를 허물고 깃들었는데

 

그리운 채로

멀리 섬잣나무 묵은 가지에도

재두루미 꼬리덮깃에도

무심히 저녁물이 든다

 

날은 이슥해지고

섬을 돌아 나오는 조각배는 강을 건너고

몽양길 굽은 모퉁이에

붉은 노을이 하륵하륵 진다.

 

 

 

 

 

 

 

 

 

닥나무가

 

 

닥나무는 닥종이가 되었습니다

 

여문 가지는 끓는 가마솥에서

뉘엿뉘엿 농울 졌습니다

겉살을 벗고 겹겹의 비단살결을 풀어 놓았습니다

나무의 혼이 하얗게 핀 것입니다

 

대청마루에서

닥종이를 자르는 아버지 곁으로는

뭉게구름 냄새가 지나갔습니다

 

문살 위에 새 닥종이를 바르던 어머니는

백일홍 빨간 꽃잎을

올려놓다가 덜어내고는 하였습니다

 

밀풀이 말라

팽팽해진 들창마다

달빛이 내려오면

백일홍 빨간 두닢이

나의 꿈결로 날아들었습니다.

 

 

 

 

 

 

 

 

안진영 시인

2002 심상신인상 등단, 시작에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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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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