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고래 외 1편 / 권순자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3 [22:09] | 조회수 : 281

 

▲     © 시인뉴스 Poem


 

청춘 고래 외 1

권순자

 

 

 

망망대해 협곡을 누비는 나는 고래

머리칼이 지느러미 되고

팔 다리도 지느러미 되어

 

멈추었다가 꿈틀대는 뜨거운 숨

공중으로 솟구친다

 

누가 막을 수 있으리

전신에 차오른 뜨거운 눈물

뜨거운 뜻

열정

천일 동안 숨죽여 기다린 순간

 

깊고 푸른 물 마시고

고동치는 심장소리

 

나의 몸부림

나의 부대낌

영혼은 부풀어 수많은 약속들이

하얀 뼈 드러내고 심연의 파도에

물결쳐 부서질 때

 

솟아오르는 무지개빛 이름들

물고기 떼 수백 마리 뭉치고 뭉쳐

바다 속 깊은 물결로 흐른다

 

고통의 뼈를 가르고 태어난

희망들아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한

물의 청춘들아!

 

 

 

 

사월의 아이

 

 

 

아이야

그 먼 나라에서 조개를 줍고 있니

지금 봄이 한창인데

거기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니

 

진달래 꽃망울보다 더 붉고 아름답던 아이야

버들가지보다 싱그럽던 아이야

영영 멀어진 건 아니지?

 

고래와 솟구치고 잠수하고 있을 아이야

검푸른 바다를 운동장처럼 뛰고 다닐 아이야

영원히 웃고 웃을 아이야

물고기 꼬리지느러미 잡고 헤엄치고 있니

 

네 따뜻한 가슴이 날마다 퍼 올리는

햇살을 받아 마시고

뜨거운 열망이 세상을 환하게 펼치는구나

 

네가 파도소리로 날마다 소곤대는 소리를 듣는다

핏방울이 돌고 돌며 너를 기억하며 네 소리를 듣는다

네가 지나간 자리에 내가 서서 네 목소리 듣는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라도

난 이제 울지 않는단다

네가 말갈기 흩날리도록 파도를 타고

바다의 울음을 재우려고 애쓰고 있는 걸

알고 있단다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일어서고

침묵한 것들이 끓어오르도록

끓어올라 스스로 눈물이 되고

소리가 되고 웃음이 되도록

이끄는 아이야

투명해져버린 아이야

 

꽃이 되고 기도가 된 아이야

 

다시 바람이 일고

여기에 꽃들이 지고 있구나

붉게 서늘하게 지고 있구나

 

 

 

권순자

1958년 경북 경주 출생. 경북대 사범대 영어교육과와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 졸업. 1986포항문학사루비아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심상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바다로 간 사내』『우목횟집,검은 늪,낭만적인 악수,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천개의 눈물,청춘 고래등이 있음.

 

 

 

 

청춘 고래

권순자

 

 

 

망망대해 협곡을 누비는 나는 고래

머리칼이 지느러미 되고

팔 다리도 지느러미 되어

 

멈추었다가 꿈틀대는 뜨거운 숨

공중으로 솟구친다

 

누가 막을 수 있으리

전신에 차오른 뜨거운 눈물

뜨거운 뜻

열정

천일 동안 숨죽여 기다린 순간

 

깊고 푸른 물 마시고

고동치는 심장소리

 

나의 몸부림

나의 부대낌

영혼은 부풀어 수많은 약속들이

하얀 뼈 드러내고 심연의 파도에

물결쳐 부서질 때

 

솟아오르는 무지개빛 이름들

물고기 떼 수백 마리 뭉치고 뭉쳐

바다 속 깊은 물결로 흐른다

 

고통의 뼈를 가르고 태어난

희망들아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한

물의 청춘들아!

 

 

 

사람은 죽어서 지수화풍(, , , 바람)으로 돌아간다. 원래 지수화풍의 인연에서 왔기 때문이다. 바다에 수장된 아이 역시 지수화풍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환생을 한다면 바다에 사는 생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고래다. 아이는 죽어서 여전히 아이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고래로 환생하기도 한다.

죽어서 고래로 환생한 아이가 선언한다. 나는 망망대해 협곡을 누비는청춘고래라고. 머리칼이 지느러미가 되고 팔과 다리가 지느러미가 된다는 상상이 암울한 주제와 다르게 아름답고 호방한 시다. 고래로 환생한 아이는 꿈틀대는 뜨거운 숨을 쉬며 공중으로 솟구치는 긍정으로 환생한다.

-공광규(시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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