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에서 외1편 /이영춘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30 [21:58] | 조회수 : 359

 

 

▲     ©시인뉴스 초록향기

 

 스크린 속에서 1 

이영춘

 

 

발이 빠진다 늪 속으로

손가락들이 꼼짝 않는다 늪 속에서

숨이 멎는다 맨홀에서

 

어제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핑계로 울었고

오늘은 물가에 가서 물을 핑계로 울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나였고

오늘은 비가 오고

비를 맞는 주인공도 나였다

 

실제로 요새 나는 내 인생이 소설 같다는 생각,

소설 속 주인공보다 더 아프다는 생각,

생각이 생각을 끌고 긴 치마를 입고 우산을 쓰고

주룩주룩 빗줄기 속으로 걸어간다

화면 속으로 걸어간다

 

화면 바깥으로 툭 튕겨져 나온 필름이 갑자기

내 팔목을 홱 잡아채어 세상 밖으로 내던진다

화면 속에서

화면 바깥에서

수많은 내가 비를 맞고 서 있다

 

 

 

 

 

도성 밖에서

 

             이 영 춘

 

한길에서 내가 나를 찾습니다

별이 건너간 어둠 속 하늘처럼

오래 전 잃어버렸던 한 영혼이

쌀알처럼 반짝이는 별 하나 찾습니다

별 같은 송곳니 하나 세웁니다

 

어깨 축 쳐진 한 사람이 지나가고

가랑잎 같은 얼굴이 지나가고

휠체어 탄 그림자가 지나갑니다

 

텅 빈 도시, 몸이 없는 도시

도성 밖을 서성이는 달그림자처럼

도성 밖으로 밀려난 한 사람 절뚝이며 갑니다

상징과 은유가 죽음처럼 깔려 뒤뚱거리는

대형 병원 앞 근처

어깨 휘어진 달그림자 속에서

나뭇잎사귀들은 푸른 귀를 흔들고 서 있습니다

어둔 그림자들이 아우성칩니다

푸른 은하가 도성을 건너갑니다

 

                                            

 

   

 

**이영춘 약력**

*1976월간문학등단 *경희대국문과 및 동교육대학원졸업

*시집: 시시포스의 돌」『슬픈 도시락」「시간의 옆구리」「봉평 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시선집 들풀」「오줌발,별꽃무늬

*수상: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난설헌시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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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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