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오팔팔 외1편 / 황상순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27 [00:01] | 조회수 : 202

 

▲     © 시인뉴스 Poem



 

오팔팔

 

 

청량리 588골목엔 하얀 날개 달린 천사가 있.

천사를 목격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두 다리를 잃은 불구자며 돈 없는 군바리며 척 봐도 알 수 있는 무일푼의 가난한 이웃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쭈구렁텅 상노인네에 이르기까지 천사는 아낌없이 자기 몸을 나눠 주곤 했는데 행여 그들이 마음 다칠까봐 천 원이나 이천 원 라면 한 그릇 값은 꼭 받았다고 한다.

 

재개발로 건물이 철거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한동안 자그마한 체구에 유난히 눈이 맑은 그 천사를 보았는데 근처 가나안교회 담장에 개나리꽃이 흐드러진 어느 봄날 지상에서의 잠깐 외출마무리하고 곧 헐리게 될 두 평 남짓 작은 방에서 잠자는 듯 조용히 천상으로 복귀하였다고 한.

 

엄하기 이를 데 없는 보문사 극락전의 염라대왕조차 행여 늦을세라 버선발로 달려 나와 천상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혔을 것이라고 은혜 크게 입은 이들이 이구동성 얘길 하는데,

 

추적추적 봄비 내리는 날이면 지금도 불 꺼진 골목길을 서성대는 가난한 사내들 앞에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서는 흰 날개의 천사를눈으로 똑똑히 본 사이 또한 한 둘이 아니다.

 

나도 봤다.

 

 

 

 

 

 

희망, 대한민국

 

 

요새 아덜 국수 먹는 거 보면

나라가 참 큰일이다

복스럽게 음식을 먹어야 집안이 잘 되는 법인데

젓가락에 돌돌 말며 저렇게 깨작거리니

들어오던 복도 그만 꽁지 빠지게 도망가고 말것다

복실인지 순실인지 하는 요물 생겨난 게

다 이유가 있는 뱁이여

국수란, 젓가락 깊이 꽂아 넣고 이렇게 -

두고 온 좌판 응시하며 할머니는

그릇에 엎어져 쭈우욱 국수를 빨아 댕긴다

그 힘에 몇 가락은 올라오다 휘어지며

콧등을 쳤는가 말았는가

순식간에 휘이익 입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릇 높이 들어 남은 국물마저 깨끗이 들이키며

꺼억, 복스럽게 점심 드신 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신다

우리나라는 아직

저 할머니 때문이라도 희망이 있다.

   

 

 

 

 

등 단 : ’98년 시인정신, ’99년 시문학

시 집 : 어름치 사랑,사과벌레의 여행, 농담, 오래된 약속

’02, ’07년 문예진흥기금, 한국시문학상 등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