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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를 탄다 외 1편 / 김경린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28 [10:19] | 조회수 : 163

 

▲     ©시인뉴스 Poem

 

 

그네를 탄다 외 1

 

 

 

 

 

 

 

그네를 탄다

우리는 항상 앞과 뒤라는 거리를 갖고 있다

손을 잡고 걸을 때조차도 발의 보폭은 맞춰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서로의 얼굴에 욕설을 날렸고

돌아서는 상대의 팔을 낚아채 다시 돌려세워 놓고 소리를 질렀다

사랑 더럽다

소리 지르는 네가 너무 근사해 보였다

 

너의 맨 앞은 나의 맨 뒤였고

아득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 같이 서로는 깜빡거렸다

공허한 눈동자는 점멸에 가까웠다

모든 움직이는 것들은 순간순간 사라졌고

흐르는 시간은 자꾸 비켜나갔다

 

우리는 서로의 방향을 맞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깜빡거리는 가로등 불빛을 헤아려 보고 있다

 

너는 조용히 그네를 탔고

나는 몇 번이나 너의 속도에 맞추려 했지만 너의 등만 보였다

밀지 않아도 되돌아오는 너 역시 나의 등만 보고 있겠지

 

우리는 여전히 그네를 탔다

 

 

      

 

 

 

 

애인

 

 

이건 내 역할이 아니다

식은 커피 잔을 돌리며 이국의 혹한을 걱정하는 일 따위는

 

잠깐 내려놓았던 귀고리가 없어졌다

이국의 골목에서 웅크린 캥거루는 무엇을 할까

 

저녁은 오지 않고

발끝에 차여 걸려 넘어지는 무료한 오후

먼 애인이 생각났다

왼쪽이 가장 잘 어울리던

 

도무지 왼쪽은 익숙해지지 않고

빛은 여과 없이 내 몸을 통과한다

배가 고프다

 

몇몇의 손에는 식은 커피 잔이 들려있다

웃으면서 화를 내고

화를 내며 웃는 먼 애인의 얼굴이 스쳐갔다

 

우리는 너무 긴 시간의 수수께끼에 지쳤다

 

의자가 반듯하게 놓이면 나 혼자 먹먹해지는

그런 날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까

 

만 년 전, 이별한 우리는 벼락 맞은 나무

 

끊어진 속옷처럼 눈은 흘러내리고

완전한 하루,

배가 고프다

 

     

 

 

 

 

이름 : 김경린

등단 : 2017년 시산맥 등단, 정남진신인문학상 제2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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