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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계단 외1편 / 이현실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04 [23:42] | 조회수 : 380

 

▲     © 시인뉴스 Poem



 

소리의 계단

 

이현실

 

 

 

뉴욕 그랜드센트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

부드러운 선율이 발목을 휘감는다

시간도 잠시 쉬어가는 층계참

금발의 남자와 바이올린이 종종걸음을 붙잡는다

이곳은 소리의 계단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엉킨 걸음이 풀리고

다급한 출근길도 느긋하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소리의 페이지에

그리운 이름이 생각난다

얼마나 많은 슬픔이 쌓여

악기도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잔잔하게 파고드는 그 떨림에

굳은 표정이 풀리고 마음이 헐렁해지는 시간

계단을 타고 줄지어 흘러가면

소리를 파는 사내가 우듬지에 살고 있다

 

    

 

      

 

금홍이

 

달맞이꽃 보면 금홍이 피어나네, 용산 외딴 골목 해장국집이었던가 몰라, 이층 구석 다다미방에서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노래하던 열아홉 살 금홍이, 마주 보면 달맞이꽃 같다가도 박꽃처럼 눈부시기도 하고, 달아오른 뺨이 능금 같아서 술잔을 부딪치고 젓가락을 두드리며 엇박자 놓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던 금홍이, 어쩌자고 나를 옆방에 모셔놓고 웃으면서도 속으로 그렁그렁 울부짖던 내 친구 금홍이, 아무리 뜯어봐도 이상李箱스럽지도 않고 이상하지도 않던 그해 여름, 달맞이꽃은 안 보이고, 내 마음에 금홍이가 꽃 피네

 

 

 

 

 

 

 

  

 

이현실 약력

2003 예술세계 등단

저서: 수필집꿈꾸는 몽당연필

시집 꽃지에 물들다

예술시대작가회. 동작문협. 문학동인 글마루. 지용문학회 회원.

지성의 샘 주간. 미래시학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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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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