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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이름은 미세 / 홍계숙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30 [23:01] | 조회수 : 1077

 

▲     © 시인뉴스 Poem



새의 이름은 미세

 

홍계숙

 

 

미세라는 새가 태어났습니다

 

신종 조류입니다 먼데서 날아온 혹은 가까운 바닥에서 날아오른 아주 작은 새입니다 너무 작아 조류가 아니라는 설도 있지만 하늘을 덮는 힘찬 날갯짓으로 보아 새의 무리가 분명합니다

 

주로 ㄴ자 ㅅ자형 경로로 공중에 유입됩니다 모든 철새들이 그렇듯 번식지와 월동지를 가릴 줄 압니다 봄은 떠돌이새들이 창밖에 번식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무리가 많고 적음에 따라 하늘의 낯빛이 바뀝니다

 

나쁨 아주 나쁨 보통으로 하늘의 컨디션이 손바닥에 전송됩니다 밀도가 다를 뿐 사시사철 공중을 장악하는 텃새로 점차 변해갑니다

 

식욕이 좋아 검고 날카로운 부리로 푸른 하늘을 뜯어먹고 사람의 식도와 기도로 스며들어 위와 폐에 둥지를 틉니다

 

하늘에서 초록 눈이 내리는 곳도 있습니다

 

숲은 어린 산세베리아 고무나무 야자나무에게 방독면을 씌워줍니다 꽃들과 나비들은 호흡기가 사라지고 가만가만 숨을 몰아쉬는, 복면을 쓴 벌레도 생겨납니다

 

천적은 비와 바람입니다

 

비와 바람은 뿌리 없는 것들을 흩어놓습니다

오늘, 힘찬 바람이 조류를 몰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군요

 

 

 

 

 

 

단추는 어디에 숨는가

 

홍계숙

 

 

단추는 납작한 단서입니다

 

언젠가부터 차를 마시면 사레가 들립니다

찻잔 속 안부를 성급히 마시려 했기 때문일까요 기도에 들어선 불청객을 밀어내려 기침이 재채기로 바뀝니다

재채기를 하는 날은 잠깐 나를 놓아버립니다

단추가 물어옵니다

놓아버린 것이

나일까요 납작한 집착일까요

실이 단추의 손을 놓았는지 단추가 실의 손을 놓았는지 손목은 알 수 없습니다 재채기는 옷소매로 가려야 하니까요

 

단추는 구멍의 기록입니다

 

단추가 달린 곳은 깊숙한 안쪽을 지녔습니다 궁금한 것은 대체로 깊숙하니까요

순간 단추가 캄캄해집니다

낙하의 속도까지 입술에 닿았지만 끝맛을 놓쳤습니다

동그란 것은 굴러가기 유리합니다

눈이 동그래지고

조그맣게 몸을 말아 꼭꼭 숨어 있던 저녁의 구멍을 떠올립니다

매트 위를 두 번 연속으로 구르던 친구가 사라졌습니다

책상 다리는 그의 행방을 알까요

떨어진 단추는 천천히 술래가 되고 싶습니다

 

실밥의 재채기를 귀에 꽂고

떨어진 단추는 더 둥글고 납작해집니다

 

아무도 단추의 그 다음을 적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시와반시2019, 여름호, 홍계숙 소시집

 

 

 

 

 

홍계숙

 

- 강원도 삼척 출생, 경기도 일산 거주

- 2017 <시와반시> 등단

- 시집 <모과의 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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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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