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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플라워 / 권기덕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9/30 [22:07] | 조회수 : 151

 

▲     © 시인뉴스 포엠



 

드라이플라워

 

 

 

나와 () 사이 모래 계단을 옮기자 당신이 사라진다

사라진 당신이 떠오를 때

 

비가 온다

 

우산 아래

스테이플러로 사이를 집는다

풀로 소리를 붙인다

파우더 팩트로 의문을 바른다

열쇠로 흐느껴 우는 시간을 연다

껌으로 기억과 기억을 이어 붙인다

 

빗방울은 번식 중

 

사이는 용수철이다

소리는 고드름이다

의문은 얼룩말 무늬다

시간은 밀폐 용기다

기억은 주사위다

 

나와 () 사이 이름들은 부유하고

 

변하고

찢어지고

흩어진다

 

모래 계단을 다시 나와 () 사이에 옮기자

사라진 당신은 다시 사라진다

 

바람은 불어온다

 

 

 

 

 

 

()를 저항하는 새

 

 

 

돌에서 새가 깨어나고 있다

 

돌에 새겨진 바람들이 깃털로 변해 가고

단단한 것 너머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풍경 속에서 길이 될 때

 

새는 존재를 증명하듯

자신의 질료를 부정하듯

굳어 버린 육신을 밀어 올린다

 

나는 네 말소리보다 네가 머물던 자리에서 망설였던 내 문장을 상상하곤 해

 

죽어 가던 짐승 냄새,

신은 내게 짐승의 팔과 다리로 자라나라

명령했지만

 

구겨져 있던 슬픔이

돋아나고 돋아나서

수많은 풀로 둘러싸인 방

 

공원에서 떠오르는 비석들

무덤과 무덤 사이 내려앉는 새 그림자들

 

해 저무는 동안

말하지 못한 비명들은 부리가 된다

 

차갑게 식은 욕조에 눈이 내린다면

슬픔은 더 가벼워질까?

 

내 혁명은

새가 되는 것

새가 되기 위해 돌이 되는 것

돌이 되어 새의 영혼을 갖는 것

 

어느새 비석들이 날아가고 있다

 

 

<약력>

2009󰡔서정시학󰡕을 통해, 2017󰡔창비어린이󰡕(동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P󰡕, 󰡔스프링 스프링󰡕을 썼다.

     

 

시집 속의 시 한 편과 시작 노트

 

 

 

 

 

스프링나무

 

 

 

감정 없는 나라에서 나는 자란다. 개기월식 때 스프링새들이 강물을 건너간다는 풍문, 스프링구름 아래 스프링자전거 타는 피에로를 좀 봐. 채워야 할 여백이 많다는 건 네 심장이 여러 개로 불어난 증거야. 매일매일 스프링심장이 태어나지. 아무리 스프링으로 빚어도 새가 되진 않아. 스프링새만 매달려 있지. 스프링이 스프링 위에 쌓이고 새 문장들이 펼쳐져도 너는 스프링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한낱 스프링일 뿐이지. 물에 젖어도 거울 속 네 얼굴은 계속 전송되고 있지. 몸에서 금 가는 소리가 날 때 시계들이 빠져나가지. 생을 기록하던 타이머는 서로 다른 눈동자처럼 자라다가 심장을 벗어나지. 스프링창문을 벗어날 순 없지. 스프링으로 가득 찬 방에서 사유하고 기록을 남기지.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 스프링은 네 눈동자를 빼앗지. 달 또한 점점 스프링으로 변해 가고 있어. 달방에서 몸에 색칠하고 나뭇잎을 붙여 봐. 스프링바람이 형식적으로 붙어 있을걸. 어서 그림 속 그림자 지우듯 그림자를 잃어 볼까? 네 내부는 내 외부를 깨뜨리는 것, 스프링꽃에 바람이 불어 꽃잎이 자라고 스프링새들이 날아오면 나는 그곳에서도 뿌리를 내릴 테지. 매일 버려지는 시체처럼, 매일매일 버려지는 거짓 웃음처럼.

 

 

 

 

 

 

<시작노트>

 

 

눈이 없는 내가, 심장이 없는 나에게, 신의 아름다움을 말하자, 내 몸은 점점 검은 스프링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거울에 부정의 새들이 날아다녔다. (시집 󰡔스프링 스프링󰡕시인의 말’)

스프링 둥치에서 스프링 가지들이 불규칙 방향으로 자라기 시작한다. 스프링들은 부정의 역동성으로 점점 거대한 나무가 된다. 마치 설치물처럼 스프링 나무는 스프링처럼 흔들린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는 감정이 없고, 세상은 건조하고, 세상은 아프고, 세상은 외롭지만, 그런 스프링 나무에서도 꽃은 핀다. 스프링꽃이 필 때 비로소 스프링()이 온다. 언제부터인지 스프링()이 가장 아픈 계절이 되었다. 스프링은 작년과 다르고 재작년과 다르며 내년의 스프링과도 다를 것이다. 스프링꽃이 떨어진 자리에 스프링그림자가 가득하다. 드라이플라워처럼, 시체처럼, 화석처럼. 하지만 다시 꽃은 필 것이다.

 

 

 

 

 

<약력>

2009󰡔서정시학󰡕을 통해, 2017󰡔창비어린이󰡕(동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P󰡕, 󰡔스프링 스프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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