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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山徑 / 박철영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4 [08:37] | 조회수 : 172

 

▲     © 시인뉴스 포엠



산경山徑

 

 

몇 시간을 걸어 들어가도

네가 꿈꾸던 산은 어디에도 없다

낮거나 높거나 산은 누군가에게

죄다 길이었을 뿐이다

가야산 해인사를 에둘러 올랐지만

사람이 이르러야 할 길을 아는 산은

해인海印에 먼저 다다르고 있다

산을 오르며 봉우리만 쳐다보고

거친 바윗등을 밟고 갔을

우매한 사람들이 낸 길을 본다

살며 고단한 하루만이라도

산에 올라 짐 같은 마음 내려놓을 때마다

벌거벗은 나무들 헐거워진 겨울 산에서

산을 왜 오르는가 알 것 같다

오르려 한 것은 봉우리 끝이 아닌

거슬러 내려올 저 아래 길이란 것을

 

 

 

 

 

 

탁본

 

 

어느 짐승의 흔적일까 온기가 남아 있는 구석진 자

리 누군가 한기를 견딘 옴팍한 흔적 총총한 별빛 보

며 시린 두려움 숨긴 채 슬며시 그 자리에 앉았다 이름

모를 짐승의 피가 은근한 시간을 데우고 있을 때쯤 찬

이마에도 훈짐이 피어올랐다 한겨울 새벽 첫 손님으로

올라탄 통근 버스 안 얼음장 위를 걸어가듯 두리번거

리던 눈빛에 겁먹은 손이 꽁꽁 얼어붙은 창문을 짚고

말았다 눈발 헤치며 거북재*를 넘어간 산짐승의 거친

발자국이 딱 저랬다 도망가다 중간 중간 되돌아본 흔

적처럼 두려움이 혼곤했다

 

*거북재 : 전북 남원시 식정리 뒷산 소재

 

 

 

 

 

박철영 약력



1961년 전북 남원 식정리에서 태어남. 한국방송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2002현대시문학시 등단, 2016인간과 문학평론 등단,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꽃을 전정하다.  산문집 식정리 1961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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