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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 정이랑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11 [00:07] | 조회수 : 177

 

▲     ©시인뉴스 포엠

 

감자

 

정이랑

 

 

 

저녁 반찬으로 감자볶음이 먹고 싶어졌다

우유빛 살결에 짭짤한 소금을 뿌려

흰 쌀밥과 걸쳐 놓고 싶어졌다

퇴근 길 한 봉지를 껴안고 돌아왔다

얼른 속살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한 알 한 알 외투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 다 벗겨낸 감자의 속마음

여기 저기 멍들고 썩어 있기까지 했다

감자는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시간을,

감자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삶은 보여지는 것과 다르다는 걸

감자에게 나를 들킨 저녁이다

 

 

 

 

 

 

 

<시인의 해설>

  대구 서문시장에서 나는 장사를 한다. 결혼을 하고 시작했으니 17년이 넘어섰다. 이제는 서문시장이 나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매일 퇴근을 하면서 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해 가는데, 하루는 감자를 볶아서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고 싶은 생각에 한 소쿠리를 사서 갔었던 것이다. 껍질을 벗기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썩은 것을 판매한 주인이 미운 것보다는 감자도 우리 사람들처럼 속마음과 겉모습이 다르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감자가 내게 틀긴 것이지만 이런 깨달음을 준 감자에게 내 삶이 들킨 것인지도 모르는 저녁이었다. 누구나 속마음과 겉마음이 같게 살아갈 수는 없는 우리 삶을 감자로 표현해 보았다.

 

 

 

 

<약력>

*경북 의성출생.

*1997문학사상으로 등단.

*1998대산문화재단 문학인창작지원금수혜시인 선정.

*시집으로는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 버스정류소 앉아 기다리고 있는,,

청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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