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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사회 외1편 / 김건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1/13 [21:11] | 조회수 : 184

 

▲     © 시인뉴스 포엠



평등한 사회

 

김건희

 

 

 

 

사과의 속살이 고목나무로 짠 오후의 평상에서

아싹아싹 씹힌다

 

둥근 표면이 한순간 방심에 넘어지는 굴렁쇠라면

깨진 무릎으로라도 맞서 볼

사과는 깎는 게 아니었구나

 

잘라내야 보이던 너의 골목 너의 얼굴

담벼락 너머로 지워졌다 되살아 날 때마다

방긋 웃으며 걸어온 길도

버려두면 벌겋게 탈색될 걸 알기에

멈추지 못하는 시큼한 다짐

 

기다리고 있는 골목은 이렇듯 울퉁불퉁한 것이냐

 

껍질이 껍질을 밀고 가서

희고 둥근 살결을 칼날에 물려

내가 깎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왠지 아픈 평상임을 아는 그대를 뉘인다

따스한 오후의 무릎에

      

<웹진 시인광장 20198월호>

 

 

 

 

 

 

도마를 연주하다

 

김건희

 

 

 

칼을 만나 노랠 부를 시간이군요

 

도마가 나란히 꽂힌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

 

베어져 끌려오던 비탈의 소리가

 

들리나요, 들리지 않나요

 

움푹 파이고도 파인 줄 모르고 살아오다

 

남겨진 물때 자국 말리고 있군요

 

단단한 박달나무 도마일 거라고

 

목소리 허기진 도시의 새들 지저귀네요

 

제 나름 칼날 눈 비탈 미끄러져 여기까지 왔다고

 

젖은 칼은 허기를 물고 뛰어다니죠

 

한술 떠 넣기 전 당신 입술은 이미 악기죠

 

토막 난 음식들 새의 모이통에 채우다가

 

정오가 지나 고단해진 도마들

 

또 요셉의 베란다에서 젖은 몸을 말리겠죠

 

이 동네에서 언제쯤 등 시리고 배고픈 사람들

 

하나 둘 사라질까요

 

< 모던포엠 20197월호>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최충문학상 수상

산림문화공모전 수상

대구 문인협회 회원

형상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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