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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 울어요 / 김 승 기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2/07 [12:51] | 조회수 : 266

  

  © 시인뉴스 포엠



 쪽동백, 울어요




 

夕塘      



  미세먼지로 우울증을 앓는 하늘, 팔랑팔랑 아지랑이는 산제비나비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는지 보이지 않아요 햇살은 편두통으로 눈부시게 어지러워요 풀잎마다 톡톡 튀어 오르던 어제의 햇살 아니에요 피톤치드를 섭취하고 싶어도 숲에 들면 나무는 보이지 않고 꽃비만 내려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누이 가슴에 천둥 일고 번개 치더니 꽃비 내려요

 

  엄마, 더는 속 끓이지 마셔요 이제 삼포로 갈래요 우울증으로 아파할 미세먼지 없는 삼포로 갈래요 꽃비 맞으며 먼저 가 있을 테니 엄마는 천천히 편해진 마음으로 나중에 오셔요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지랄한다 지랄한다
 밤낮 울어대는 앞산뒷산 저 검은등뻐꾸기 울음 속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또릿또릿 꽃망울 벙글던 자식을 꽃상여 태워 보낸 누이, 가슴에 꽃무덤 만들고 나니 바람 뒤집힐 때마다 빈 서랍 여닫듯 헐렁한 가슴속 달그락거려요 구름 뒤집힐 때마다 허옇게 꽃눈이 흩날려요 펄펄 꽃무덤 위에 내려 쌓여요

 어떡하라고, 자식 그렇게 보내고 홀로 남은 에미는 어떡하라고, 저기 저 산 너머
 구억 궉
 복장 터진다 복장 터진다
 구억 궉
 벙어리뻐꾸기마저 울어쌓는데, 곧 멧비둘기도 찾아와 울면 처량해서 또 어쩌라고,
 한바탕 울음 쏟고 나면 가슴속 조금은 시원해질 것 같건만 쌓이는 꽃눈마다 울지도 못하는 복장이 터져요

 꽃눈 얼어 서리 맺혀요 오도독오도독 한 닢이라도 밟혀 깨질까 발을 내디딜 수 없어요 멈춰버린 발자국 속에 꼼짝없이 갇혔어요 계절을 움직이는 시곗바늘마저 멈췄어요
 오싹오싹 봄이 추워요







◆ 시작노트
  지난해 봄, 고등학교 2학년인 셋째여동생의 아들인 조카가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어릴 때부터 “삼촌! 삼촌!” 하며 여러 조카들 중에서 유난히 내게 잘 따랐던 조카였는데, 장례를 치르는 내내 봄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하늘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어지러웠다. 앞산뒷산 온 산마다 검은등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가 호곡(號哭)하듯 울어댔고 마침내 마른하늘에 천둥이 일고 산기슭에서 하얀 쪽동백 꽃잎이 쏟아져 내렸다. 조카의 넋이 허공으로 빠져 나가는 꽃비였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여동생은 장례를 치르고 나서 세 번이나 혼절을 하며 입원까지 해야 했다. 그렇게 지난해의 봄은 꽁꽁 얼어붙은 채로 시계가 멈춰버렸고 지금까지도 한 계절 속에 붙박여 있다.


 

◆ 프로필
   1956년 강원도 속초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95년 황금찬, 허영자, 이성교 추천으로 계간《마을》등단
  ▪ 저서 :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①『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②『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③『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④『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⑤『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한국의 야생화 2인 별책 시선집『그냥 꽃이면 된다』
  ▪ 수상 : 2006년 제2회 세계한민족문학상(심사위원 : 허영자, 고원)
  ▪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산맥 회원.
  漢詩人.
  ▪ 거주지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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