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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절이라는 먼 / 이화영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06 [16:27] | 조회수 : 141

 

  © 시인뉴스 포엠



결절이라는 먼

 

 

이화영

 

 

 

 

  책장 사이에 미끼가 있다

 

  턱을 괴고 수심에 잠겨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책장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되었다 허기진 물고기를 낚아채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 활자가 배수진을 쳤다 좌판에 쏟아져 나온 활자가 쌓일수록 비대해지는 결절, 활자는 결핍의 변종이었다.

 

  까맣다와 파랗다를 연속으로 발음하다가 피를 보았다 Blood 파일을 찾으려는데 계속 책갈피가 나왔다 죽음의 목록은 사라진 원고 해킹당한 블로그 캄캄한 화면이다 면면이 분명해지면서 나는 날이 되었다 무엇이든 잘라야했다

 

  톱니를 닮은 잎사귀를 씹었다 설정은 만찬이었지만 우리의 시절은 SNS가 말해주었다 저녁에 부르는 태양의 노래는 쓴 맛이었으나 무기력은 자비로웠다 무게를 견딘 결절이 어둠 속 부엉이로 날았다 결절의 기록은 성기를 지나 괄약근으로 이어지는 근육처럼 억세고 견고했다

 

  먼 바다 먼 불빛 보이지 않아 먼, 문 밖의 문처럼 겹으로 늘어가는 먼, 호흡은 보이지 않고 멀수록 약이 된다는 먼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시작메모

 

  내 안에서 오래 성장한 당신의 언어는 날카롭고 무기력했다.

열리지 않는 당신과 닫힌 나의 간극은 눈발이 날리는 빙하였다.

나무였을까 짐승이었을까.

당신은 존재한 적 없는 고요로 나를 다녀갔다.

내게서 떠난 적 없고 보이지 않는 당신은 돌아온 적도 없다.

내 목에 싹이 없어졌는데 파릇한 이물감은 뭘까.

없어진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허탈했다.

사라진 것들의 재배열이 시작되었다.

나는 11월 들판으로 떠나는 사람

아주 가끔 따뜻하고 순한 절망을 기억할 것이다.

 

 

 

 

 

 

 

 

 

이화영 약력

 

- 2009년 『정신과표현』 등단

- 시집 『침향』 2009, 혜화당./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2015, 한국문연.

-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전공

- 한국시인협회원

- 한국작가회의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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