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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 유애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09 [12:00] | 조회수 : 176

 

  © 시인뉴스 포엠



남편 / 유애선

 

 

 

이 세상 살면서 내가 잘한 일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우산 같은 남자와 결혼한 일이다

값비싼 명품은 아니지만 튼튼한 우산살과 환한 빛깔로

천둥 번개에도 끄떡없이 살아온 지금

나는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다

칠월에 장마가 퍼붓던 날 영등포역 앞에서

그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자기가 젖는 것도 모르고

온몸을 활짝 펴서 씌워주던 사람, 나는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찾던 우산이라는 걸 첫눈에 알았다

덕분에 비 한 방울 안 맞고 살아온 날들은

꽃잎처럼 아름다웠고 비가 와도 행복했다

우산은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평생 비만 맞고 살아온 우산이 가진 거라곤

낡고 녹슨 몸뚱이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몸을 적신 사람

받고만 살아온 나는, 너무 고마워서

오늘아침에도 빗속으로 출근하는 우산의 굽은 어깨를

살며시 안아 준다

 

 

 

 

<시작노트>

 

  요즘 들어 부쩍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샘솟는다. 얼마 전에 딸도 결혼했는데 아들까지 결혼하고 나면 얼마나 외로울까? 남편이 없다면 내가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서로 믿고 아끼면서 살아 온 게 참 잘한 것 같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나는 성실한 남편이 있어 지금까지 곱게 살았고, 아이들도 고생안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올 가을 남편 생일선물로 이 시를 낭독하려고 한다.

 

 

 

 

유애선

 

경기도 가평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계간 <시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21회 아리문화상 수상

시집으로 <백일의 약속>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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