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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외1편 / 정령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7/01 [11:19] | 조회수 : 344

 

  © 시인뉴스 포엠



 

호박꽃

햇살 좋은 담장 너머로 선발대회가 한창이다. 과시하려는 몸사위로 매혹적인 에스라인을 뽐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노란 별꽃들이 순번대로 피어난다. 넉넉한 프레어 스커트를 착용할 것과 도도하고 까실까실한 맵씨를 갖추고 호리호리한 허리를 감싸 안아줄 것, 지조 있는 품위와 후덕한 인상으로 관대하게 웃어줄 것과, 매일 한 번 벌에게 꽃가루를 내어 주고, 항상 의리와 정으로 돈독함을 유지할 것 그리고, 아낌없이 내어주고 담담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이 선발조건이란다. 서 있어야할 틈 비집고, 비비며 가야할 곁 묵묵히 견주며 더듬이처럼 덩쿨손들이 앞장서 간다. 

 

 

 비가 내린다.

 노란 우산을 받쳐 든 소녀가 담장 곁을 총총총 나온다.

 

 

 

 

 

 

호박씨를 까다

노란 속 알맹이를 파먹고 푸르스름한 껍질도 으적으적 씹고 남은 씨알마저 앞니로 톡 껍질을 벗기고 으드득 깨물어먹는다. 세상에 찢어발겨도 시원찮을 자식 버린 매정한 노랑호박도, 천하에 빌어먹을 노모와 불구인 형을 죽인 청호박도, 온 우주에 존재하는 썩어빠진 애호박에게도 귀에 대고 귓속말로 와구와구 씹어댄다. 이런, 가죽을 홀라당 벗겨서 하이애나에게 던져주고 싶은 십팔색크레파스로 그린 십장생신발껍데기야! 호박씨 까자.

 

 

 

 

 

 

 

[정령]

충북단양출생.

2014계간≪리토피아≫로등단.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수상

시집『연꽃홍수』, 『크크라는갑』, 『자자, 나비야』.

아라문학≫편집위원, 막비시동인,

부천문협회원, 부천여성문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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