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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용도 외1편 / 박선우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5 [10:01] | 조회수 : 144

 

  © 시인뉴스 포엠



 

흙의 용도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흙에게 허락을 구했다

 

뽑히지 않겠다는 잡초의 완강한 거부

대립의 각을 세우다 뿌리의 말을 들었다

 

‘흙과 하나가 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뿌리의 괄약근이 느슨해지길 기다렸다

흙의 체온이 봄이 되고 있다

 

숨소리가 다치지 않게 물로 먼저 다독였다

호미질을 시작했다

 

흙의 속살에 이슬의 맑은 눈동자가 초롱거렸다

갓 부화한 새의 울음이 고여 있었다

 

패랭이꽃을 심는다

투사와 동화로 빠르게 결속을 다지는 흙

 

문장이 되고 있다 시가 되고 있다

봄의 꼬리가 스르륵 담을 넘고 있다

 

 

 

 

 

 

 

 불온한 밤

 

 

공포가 나사를 조이듯 조여 오고 있다  

포위망에 좁혀온 배고픈 고라니의 비명이 마을을 깨운다.

집집마다 개들이 술렁이고  

대숲에 은신 중인 바람은 허리를 꺾는다.

공포를 방관했던 밤도 오늘은 제 그림자를 지운다.

그 곳을 지나가던 보름달은 못 볼 것을 봤다며

산다화 같은 사산아를 안고 짐승처럼 운다.

정복과 피정복의 대립이 필사적이다

맹견의 숨소리 거칠고 고라니의 눈빛은 맹렬하다

허기가 허기를 부른 참사

공격이 공격을 부른 습성  

방관과 방관이 만들어 낸 불온함

관객들은 죄책감에 얼굴을 돌렸고

슬픔의 비애가 흥건한 밤 속으로

한 편의 연극처럼 고라니의 삶이 마감되고 있었다.

 

 

 

 

 

약력 : 박선우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임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하나님의 비애」「섬의 오디세이」가 있다  

「전북해양문학상」「제주기독문학상」「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열린시학상」을수상 했다.

*2020년 전남문화재단 지역문화 예술육성 문예진흥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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