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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 하마 외1편 / 홍계숙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3 [19:41] | 조회수 : 1,675

 

  © 시인뉴스 포엠



욕구 하마

 

홍계숙

 

 

  너는 하마, 물 먹는 하마 물이 걸린 옷장, 그 하늘 아래 하마 안개 속에 하마 구름 속에 하마 비 내리는

  비를 먹는 너는

  물오른 하마,

 

  냉장고 속 하마 삼시세끼 하마 신발장 속 하마 입이 떡, 벌어지는 냄새를 신고 걷는 너는

 

  꽃을 먹는 하마 봄을 삼킨 하마

  잰걸음으로 달아나는

 

  너는 벌써 하마 순식간에 하마 아이 먹고 어른이 된

  나이 먹고 어제가 된

 

  하마 왔니?

 

  기억을 먹는 하마 기다려주지 않는

  엄마랑 아버지는 하마, 어제를 먹고 빗물 되어버린

 

  하마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나

 

  가득 차면 버려지고

  빈자리를 채우는 그들의 은밀한 식사

 

  채우고 출렁거려도 여전히

 

  목이 마른 나도 하마

 

 

 

 

 

 

피로사회 콘텍스트

 

홍계숙

 

 

쌓인 책들 높이만큼 울창한 숲,

책상 앞에만 앉으면 허공이 쏟아져요, 와르르

눈꺼풀을 덮쳐요

잎이 지는 나뭇가지들 안개 속에 소곤거려요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입술들이 울긋불긋 물들어요

칡넝쿨 같은 피로가 다리를 타고 올라오고

자음에 달라붙는 모음들, 지친 활자의 졸음이

책상 위로 내려앉아요

포개진 손목 위로 이마가 떨어져요,

숲의 덧문이 열려요

관절이 닳은 쪽잠이 절뚝거리며 숲길을 걸어

파일을 정리하고 저장 공간을 넓히려

눈꺼풀 안쪽에 커튼을 드리워요

해결하지 못한 피로는 왜 늘 구석에서 뭉칠까요

온몸에 스크럼을 짜는 시간들

사로잡힌 순간, 정보에 굴절된 시간들이 삐걱거려요

발작처럼 새벽이 오면 텍스트 저편,

폭발하는 아침노을로 해당화가 번져요

새들의 하품이 가지를 흔들면 엎드린 시간이

화들짝 깨어나요

임시파일이 삭제되고, 만성피로의 나팔꽃잎

허공에 넝쿨을 한 뼘 늘리고 있어요

 

 

 

 

 

 

 

 

 

홍계숙 시인 - 강원 삼척 출생, 경기 일산 거주

 

2017년 《시와반시》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모과의 건축학』(2017, 책나무)이 있고 『다정한 간격』(『피스타치오』3쇄 개정판)202010월 말 출판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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