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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꽃 외1편 / 한춘화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3 [19:48] | 조회수 : 151

 

  © 시인뉴스 포엠



 

마른 꽃

한춘화


웃음이 예쁜 노란 꽃
몇 송이 잘라서
플라스틱 병에 꽂았다


눈길 트고
이름 묻고
체취 맡아보고
말도 걸고
오래 필 줄 알았다
사랑은 거기까지,
등 뒤에서
시들었다

몸이 담긴 물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 냄새로 자신의 마지막
존재를 알리고 있다

좁은 방 보잘것없는 플라스틱 가난
외롭고 병든

바싹 말라 그 자리 그대로
굳어버린
어느 노인의 고독사

거두는데
마른 꽃잎이
후두둑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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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살무늬

 한춘화



한참을 기다렸다 꽃 피기를

내게로 향한 발소리 바람 소리에
귀가 잎사귀처럼 마구 돋았다
그 무엇도 오지 않았고 소리는 잠겨진
울음만 건너왔다 그대가 먼 강을 건넜다는
풍문이 살을 찌워 굴러다니다 뒹그러졌다
그 계절, 서성이던 마음은 전의를
상실한 병사처럼 지쳐가고
간유리 너머 뿌옇게 김 오르는 선술집에 들러
흔들리게 술을 마셨다
세상은 황량했고 따듯한 문장들은
북풍이 흡입하였다
새들은 빗금을 그으며 얼어떨어졌다
쓸쓸하고 추운 것들은 빗금에 세 들었다
싸이나 든 붉은 열매들은 꿩의 내장에서
풀어졌다 강물들은 쩡쩡 울었다
내가 빚은 토기 하나 빗살이 부족하여 버렸다
방점 힘주어 찍는 순간이다
바야흐로 이별이 발아하는 시점
만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입 뚜껑을 닫아 봉인하는 시간
세상 모든 것에 슬픔에 이름을 빌려 내리는 비
깨지는 것으로 빗살 완성하는 도자기 한 점
파편마다 가득 담긴 하늘

꽃대가 오르고 일부는 숭어리 져
꽃이 벙근다는 소식 만발하다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빗살무늬 꽃그늘
튕겨 오르는 햇살 화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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