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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쓰다 외1편 / 박준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5 [14:04] | 조회수 : 1,710

 

  © 시인뉴스 포엠



 

가면을 쓰다/ 박준희

 

 

미소를 두껍게 쓰고 살았던 삶

 

오래도록 숨겨놓았던 나를 꺼내어

지나가는 바람에 말을 건네어 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탐색

 

개울물이 일으키는 하얀 거품이

천사의 얼굴로 웃고 있지만

금세 사라지는 구름처럼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바람처럼

아득히 흩어지는 형상

 

희뿌연 담배 연기 속에

싸늘한 증오의 미소를 짓고

난전 마당에서 곱사춤을 추는 광대가 되어 보고

휘모리장단에 맞춰 장구를 치는 각설이도 되어 보았지만

 

쓸쓸한 거리에 몸져누워있는 낙엽 한 장

가는 길을 멈춰 세워

우두커니 서 있는 가로등이 되어 보기도 하는

중년의 밤

아직 술래잡기하고 있다

 

 

 

 

 

 

기도를 얹다 /박준희

 

 

돌은 소원의 알이다

 

이른아침 쏟아지는 햇살 속

빨간 미소를 머금은 상사화

산사에서 탑돌이 하고 있다

 

당신 향해 피어나

언제 어디서나

손모아 머리 조아리는 마음들

 

평평하고 넓은 돌은

부처님의 등처럼 안반이 되고

크고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 소원으로 쌓인

 

새벽부터 서성이는 발길들

기도는 새하얀 밥을 한 그릇 소복이 담는 일이다

머리를 감고 정성스레 쪽을 짓는 일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촛불을 켜는 일이다

 

가족 건강을 위해

대학 입시를 위해, 임신을 위해

손 모아 머리 조아리는 마음들이 만들어낸

부족의 증거

 

저승꽃 핀 어머니의 갈라진 손이

얹고 또 얹었을 탑 위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기도를 얹어야

 

소원은 알을 깨고 휠훨 날 수 있을까

 

 

 

 

 

 

박준희 시인 약력-

 

창원거주

충북 청주 출생

시 전문 계간지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으로 등단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시사모 동인

시사모 동인지<내 몸에 글을 써다오>

<짧은 나비의 입맞춤><푸르게 공증을 흔들어 보였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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