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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이소암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10/15 [14:15] | 조회수 : 208

 

  © 시인뉴스 포엠



고인돌/ 이소암

 

 

이곳에 입문하면 어떤 계절도 온도를 잃는다

물고기 비늘같이 단단히 박힌 무표정한 얼굴들,

매듭 없는 시간들이 제멋대로 풀어져 엉켜있다

아득한 생의 역사가 모였으니 오늘의 그늘만 깊은 곳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세來를 예약하지 않는다

마을의 어깨를 두드리던 예배당 종소리도

경로당 앞에서는 겸허히 무릎을 꿇는다

 

 

이소암 시인의 시집 『부르고 싶은 이름 있거든』중에서

 

 

사족)

 

고인돌은 선사시대 무덤을 말한다. 결국 죽음을 말하는 것일 텐데 이미 죽었으니 내세를 말할 수도 없거니와 시간 제약도 없는 공간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시는 말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조차 권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 예배당 종소리나 불당의 목탁소리도 죽음의 과녁을 뚫지 못했다.

 

이 시는 죽음을 목도하고 쓴 시일 텐데 시인은 매듭 없는 시간을 어떻게 풀었을까? 고요란 말이 생각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풍경도 느낄 수 없는 곳, 이젠 더는 가벼이 떠다니지 말라고 묵직한 돌을 가슴에 누른 채 자기만의 생의 역사를 더듬어 갈 것이다.

 

눈을 감으니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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