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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 놓은 애인 외1편 / 문인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20 [11:20] | 조회수 : 512

 

  © 시인뉴스 포엠



숨겨 놓은 애인

 

애인이 생겼다

 

첫눈에 반해

숲속에 숨겼다

뛰는 가슴 갈비뼈로 억누르며  

주말마다 아내 몰래 숲속으로 달린다          

 

가슴으로 품는다

손끝에서 가슴으로 전달되는 그녀의 숨소리

자갈돌 일가족은 그녀 곁에서 이사를 보내고

세력을 넓혀오는 떼잔디에겐 국경을 지키자고

정중히 협상도 했다

행여 다칠세라

두 손으로 어루만져

오이, 상추, 가지를 심어놓고

자신의 중력에 그녀의 모공이라도 막힐까봐

두 발도 머리에 이고 걸을 수 없을까

궁리도 했다

휴일만을 기다리던 그이 앞에

오이, 상추, 가지를 밀어낸 잡초가

뻔뻔하게 웃고 있었다  

손자병법에도 나오지 않는 잡초와의 결투는 지루한

전쟁이 되었고

 

최후의 수단으로 무지막지한 병법을 동원했다

 

검은 비닐로 그녀를 몽땅 씌워 버렸다

어느새 여름이 찾아와서 그녀는 날마다 신열을

앓고 여름감기에 쿨룩거려도 아랑곳

않는 반쪽농부

하늘은 비를 보내 위로하지만

비는 곧 사신처럼 돌아가고

그녀는 땀띠 난 제 허벅지 움켜쥐고

하늘을 본다

안타깝던 바람

자꾸 그에게 귓속말을 해대던 날

그래, 그렇지,

저만치 워낭소리, 논두렁을 타고 오는 저 소리 무지개 뜬다

 

 
 
 
 
 

참새가 혀를 차다

                 

 

공원에서 비를 만났다

곁에 있던 후박나무 잽싸게 우산이 돼 주었다

여름날은 그늘이 돼 주던 착한 나무여

나도 누구에게

우산이 돼줘야지 생각는데

그 아래 찢어진 복권 한 장 누워있다

누가 나무아래 앉았다 갔나보다

오백 원으로

억대를 꿈꾸던 제 욕망

좌절에 대한 화풀이만 했나보다

그걸 본 참새 한 마리 쯧쯧

혀를 차고

눈살을 찌푸리던 나무는 바람을 부른다

시체가 된 복권조각 좀 치워달라고

 

누군가 또

쉬어 가게 해야 한다고

 

 

 

 

 

 

 

시인/시낭송가/문학평론가/경성대시창작아카데미교수

교육청연수원강사, 전평화방송목요시담당

한국문협중앙위원, 부산문협연수이사, 여류시협6대회장

전국낭송대회심사위원장 다수, 한중윤동주문학상 심사위원장외 다수

실상문학작가/작품상, 백호낭송대상외 다수, <천리향>, <애인이생겼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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