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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도장/ 주영국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10/21 [16:53] | 조회수 : 219

 

  © 시인뉴스 포엠



아버지의 도장/ 주영국

 

 

무너진 집터에서 찾아낸

아버지의 인감도장

빚보증 잘못 섰다 날아간

 

길가의 큰 밭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인주를 묻혀 도장을 찍어본다.

 

발자국이든 무엇이든

우리는 찍으며 한 생을 살아가는데,

돌아보지 못하고 멈추는 날이

찍는 일 끝내는 일이다

 

목포의 어느 도장집에서

길인으로 새겼다는

검은색 뿔도장

 

주인은 간 지 오래어도

이름 석 자 생피처럼 붉다.

 

 

주영국 시인의 시집『새점을 치는 저녁』중에서. 푸른사상

 

 

사족)

 

한국인의 정서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누가 어렵다하면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그것이 지옥인지, 무덤인지 모른 채 선뜻 돕는다. 시에서 나오는 인감도장은 생명을 말한다. 나도 그런 적 있어서 감옥까지 다녀왔던 기억이 있으니 이 시가 내겐 남다르게 다가선다.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종결을 의미한다. 그리고 책임이 동반되는 행위다. 발자국이든 무엇이든/ 우리는 찍으며 한 생을 살아가는데,/ 흔적과 결과만 남는 이것은 행위의 연속성, 즉 삶을 말한다. 삶의 순간순간은 스틸사진처럼 흔적을 남기지만, 이것들을 영사기에 넣고 돌리듯 회상하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어찌 도장뿐이겠는가. 시인이 쓴 이 시편도 도장처럼 남을 일, 사람의 일생은 서툰 것은 있으나 허투루 지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남겨진 족적이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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