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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전선용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11/19 [14:14] | 조회수 : 259

 

  © 시인뉴스 포엠



환승/전선용

 

 

암울한 시간이 동굴처럼 막막해서

시계 ​부속이 오류를 일으키며 째깍거립니다

나는 가고 너는 오는 다리 위에서

고독이야말로 죽기 좋은 명분 ​

가장 어둡고 밝은 교차로 0

도시가 벚꽃처럼 집니다

밝아올 아침은 허들어진 꽃 따위와 상관이 없어

어제까지 막장 드라마를 보았고

​클라이맥스가 뻔해서 슬프게 웃었습니다

​소주 둬 병을 들이켠 민낯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때

기척 없이 다가온 호명

안온한 죽음을 부르는 꽃비가 계절을 덮습니다

​짐승이던 내가

비로소 말을 시작합니다

나는 이제,

순탄할 뿐입니다.

 

 

전선용 시인의 시집 『지금, 환승 중입니다』중에서. 도서출판 움 2019

 

 

사족)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시인은 반대로 변해서 산 사례다.

 

/짐승이던 내가/ 비로소 말을 시작합니다/ 나는 이제,/ 순탄할 뿐입니다./라고 고백한 구절이 이 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눈치 챈 사람은 진즉에 눈치를 챘을 듯싶다. <환승>은 일종의 신앙고백 이다. 속세에서 탐심 가득한 모습으로 갈팡질팡, 세상 온갖 유희를 즐기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회개라고 말한다. 살면서 낙심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등대가 없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일이란 좌불안석,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는 일이 주위에 부지기수인 것을 보더라도 삶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고독이야말로 죽기 좋은 명분//죽음/은 생물학적 사망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죽어야 내가 사는 영적인 문제, 즉 거듭나는 것을 말한다.

 

목적이 있는 삶이 무엇인지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시인은 비로소 이제야 말을 하며 그래서 순탄하여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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