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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女子/김요아킴

이경애기자 | 입력 : 2021/02/03 [10:41] | 조회수 : 218

 

 

 

 

자판기 女子

 

 

 

딸깍, 딸깍

두 번의 캄캄한 울림 끝으로

갓 벌초를 끝낸 봉분(封墳) 같은 女子

일어선다

까칠까칠한 땡볕을 이고

관절 마디 뚝. . 끊어지는 인사를

구두코 앞으로 쏟아내며

나의 집게손가락을 집요히 훔쳐 낸다

아무런 의심 없이 떨어지는 종이컵

. . . . .

나를 보지만 나는 사라진 눈빛으로

달콤한 그 맛 즐기려

씁쓸한 뒷그림자는 잊어버린 채

손을 내민다

떤다

엎질러진 뜨거운 김이

제자리에 주저앉힌다

 

대기한 다음 손님의 자판기 버튼에

女子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시작노트

 

가끔 이용하는 자판기 옆으로 껌처럼 붙어사는 여자가 있다.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늘 버튼소리에 커피를 달라며 기계적으로 손을 내민다. 돈이면 모든 것을 즉석으로 얻을 수 있는 일회용 시대에 익숙해져버린 나, 어쩌면 그 여자에게서 이런 나의 모습을 들켜버린 탓일까? 깊은 연민이 두 눈앞을 가로막았다.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3년 계간시의나라2010년 계간문학청춘신인상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공중부양사와 산문집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가 있다. 2014행복한 목욕탕2017그녀의 시모노세끼항2020공중부양사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20년 제9회 백신애 창작기금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청소년 문예지푸른글터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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